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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고 갈래?: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 DO YOU WANT TO SEE AN EXHIBITION?: 'WATCH AND CHILL 2.0: STREAMING SENSES'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 미국에서 유행하는 이 말은 우리말로 “라면 먹고 갈래?”란 뜻이다. 이런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영상 스트리밍(OTT) 매체의 성장이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보는 수단으로 친숙했던 OTT가 전시와 접목되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워치 앤 칠’ 프로젝트는 이러한 상상에서 시작됐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워치 앤 칠은 또 한 번 집에서 전시를 보자 손짓한다. 워치 앤 칠이 예술계의 문턱을 낮추고 미디어 전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었던 단서를 이지회 학예연구사와의 인터뷰에서 찾아보자.

한가람(한): MMCA는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최했다. ‘워치 앤 칠’은 구독형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세계 최초로 구독 서비스와 전시를 접목했다고 들었다. 기획 의도와 운영 방식을 알려 달라.

이지회(이): 여러 미술관이 협력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워치 앤 칠은 작년에 탄생했다. 수많은 미술관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관객을 잃는 위기를 겪었다. MMCA의 경우 2020년에는 두 번 정도 휴관했고, 2021년에는 사정이 나아졌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침으로 방문객을 1시간에 100명으로 제한해야 했다. 해외에서는 봉쇄령이 내려져서 그야말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미술관에 오는 게 어려워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시점에서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매체는 더욱 강세를 보이며 이와 관련한 담론도 나오고 있었다. 이 흐름에 발맞춰 OTT를 다른 장르로 배척하지 않고 미술계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축으로는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이 인기를 끌고, 공유 개념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주목했다. 실제로 해외에 있는 동료 큐레이터들에게 재화나 인력, 소장품 등을 공유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바로 호응해주어 기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워치 앤 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된다. 온라인 플랫폼에는 매주 한 편씩 새로운 작품이 올라가고, 로그인을 하면 전 세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회원가입 시 구독을 신청한 사람에게는 메일로 공개 알람이 간다. 일반 OTT와 다른 부분은 잘 짜인 큐레이팅 안에서 작품을 선정하고, 오프라인 전시와 유사한 콘텐츠를 다루지만 소개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 자체만으로도 전시를 온전히 경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작품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오프라인 전시가 종료되는 기간까지다. OTT 서비스에서도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해 콘텐츠가 내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올 시즌은 6월 10일부터 9월 12일까지 MMCA 서울관에서 오프라인 전시를 마치고 12월 31일까지 협력 미술관 두 곳에서 순차적으로 순회전을 연다. 따라서 전시가 모두 종료되는 2022년 12월 이후 온라인 플랫폼도 휴면기에 들어간다.

한: 지난해 선보인 워치 앤 칠의 첫 전시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에 관한 소회가 궁금하다. 이는 두 번째 전시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이: 워치 앤 칠의 첫 시즌을 6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약 2만 명의 사용자가 플랫폼에 입장했다. 조회수로 따지면 68만 회, 국가로 통계를 내면 70개국이다. IP 주소를 인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어서 분석을 나라별로도 해봤다. 아프리카와 아이슬란드 지역을 빼고 거의 모든 곳에서 접속했는데 심지어 북한에서도 18명이 전시를 봤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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