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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비추는 감각의 세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WORLD OF SENSATION THAT REFLECTS REALITY: ‘JEAN-MICHEL OTHONIEL: TREASURE GARDENS'

글 방유경 기자 자료제공 서울시립미술관(별도표기 외)

‘유리구슬 작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6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 두 곳에서 진행 중이다.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금과 같이반짝이는 재료로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그의 작업은 영롱한 빛을 내뿜으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사로잡는다. 대표작과 신작을 포함해 그가 최근 10년간 작업했던 74점의 작품이 공개된 이번 전시는, 2011년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마이 웨이〉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자, 한국의 시공간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미술이 도외시했던 공예와 전통을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인간과 자연, 개인과공동체, 전통과 현대, 현실과 신화가 한데 어우러진 경이로운 세계를 구축해가는 그의 작업이 ‘정원’이라는 주제아래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었을까? 작품이 놓인 공간을 거닐며 그가 안내하는 정원의 의미에 다가가보자.

반짝임: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문

초여름의 어느 날, 대한문을 지나 녹음이 우거진 덕수궁 연못 주변을 둥글게 걷는다. 연잎으로 뒤덮인 푸른 수면 위로 황금색 구슬이 꿰어진 ‘황금 연꽃'이 떠 있다. 시선을 연못 가운데로 옮기면 소나무 가지에 걸린 ‘황금 목걸이'가 보인다.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는 연꽃은, 그 씨앗이 천 년이 지나도 발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생명력과 다산, 창조를 상징하는 연꽃을 반짝이는 구슬로 엮어 물 위에 띄우고, 소원을 빌듯 나무에 구슬 목걸이를 걸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동길을 지나 미술관에 다다르자 입구 양편에 매듭 형상의 구슬(‘바벨의 매듭', ‘상상계의 매듭')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구슬의 표면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과 나무, 건물 등 도시의 풍경과 그 사이에 선 나의 모습이 무한히 반복되어 비친다. 걸음을 옮겨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 3m에 이르는 거대한 은빛 목걸이(‘스스로 서 있는 거울 목걸이')가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슬들이 마법에 홀린 듯 중력을 거스르며 서 있는 모습은, 마법이 풀리는 순간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구슬이라는 단순한 형상의 조형물이 이토록 다양한 감정과 호기심,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짝이고 빛나는, 일견 장식적이라 느껴지는 그의 작업은 재료, 형상, 크기, 장소, 설치 방법에 따라 다른 감상을 유발한다. 구슬 작업을 하면서 반짝임과 아름다움이 “정신적 교감의 통로이자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일 수 있는 일종의 문”임을 발견했다는 오토니엘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예술: 자기치유, 상처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

오토니엘의 반짝이는 ‘마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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