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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기억, 유산을 수호하는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AN ARCHITECT WHO PROTECTS MEANING, MEMORY, AND HERITAGE: DAVID CHIPPERFIELD

David Chipperfield, the laureate of the 2023 Pritzker Architecture Prize (hereinafter Pritzker Prize), recently visited Korea to deliver a lecture and to open the special exhibition, ‘Building, Beauty’ to commemorate his award. On the 26th of September, SPACE met with David Chipperfield at the Amorepacific headquarters, which he designed, to discuss winning the Pritzker Prize, his architectural philosophy, and his experiences in Korea.

프리츠커상의 의미

올해 3월, 52번째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79년 필립 존슨의 첫 번째 수상 이래, 프리츠커상의 수상자 선정 기준은 당시 사회와 건축계의 화두에 따라 변화해왔다. 사회주택 프로젝트로 유명한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2016년 수상), 첫 여성 공동수상자이자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인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2020년 수상), 생태적 리모델링으로 잘 알려진 안느 라카통과 장-필리페 바살(2021년 수상), 아프리카 출신의 프란시스 케레(2022년 수상) 등. 최근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지속가능성, 지역, 윤리, 소수자에 대한 관심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축가들을 선정해왔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건축가의 다수 수상은 또 다른 이야기이니 논외로 해두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수식어로 짐작해볼 수 있듯 프리츠커상 수상이라는 일련의 이벤트가 건축의 존재감을 건축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1985년 영국에서 자신의 사무실을 연 후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치퍼필드는 이미 100여 개의 건축상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마지막 작업인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을 복원한 프로젝트로 유럽 건축유산 개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력 전체를 두고 “건축 예술을 통해 인류와 건조환경에 공헌”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이 상의 수상은 남다를 것이다. 또한 커진 대중적 영향력만큼이나 건축의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무도 크게 다가올 것이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고 삶의 태도가 바뀐다거나 우선순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일종의 확신이나 자신감을 주기도 해서 사무실의 다른 동료들이 굉장히 기뻐했다. 한편으로는 어떤 권위를 주기도 한다.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좀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낀다.”

건축적 태도의 출발

1953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건축교육을 받고, 리처드 로저스와 노먼 포스터 등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할 초창기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영국에서는 아웃사이더였다. 그 무렵 그가 일본에서 이세이 미야케의 작은 숍 인테리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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