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사립미술관의 공공 개입: ‘도시는 미술관’ PUBLIC INTERVENTION IN A PRIVATE ART MUSEUM: ‘MUSEUM IS EVERYWHERE’

‘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의 가치 있는 장소를 짚어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도시 안 곳곳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는 보통 지방자치자체(이하 지자체)가 주도하는데, ‘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 소재의 사립미술관인 소다미술관이 주도하고 있다. 사립미술관이 공공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동선(소다미술관 관장)을 만나 ‘도시는 미술관’을 시작한 이유와 과정, 방식을 들어본다.

박지윤(박): ‘도시는 미술관’(2021~)은 특정 장소에 콘텐츠, 파빌리온 등을 더한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서울은 미술관’(2016~)과 유사하지만, 여행이 테마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장동선(장): 화성시의 특성을 반영했다. 화성시의 동쪽에는 신도시인 동탄이 위치하는데, 동탄 시민이 서쪽까지 오는 일은 거의 드물다. 커뮤니티의 분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도시는 미술관’을 기획하면서 여행을 테마로 잡았다. 서쪽과 동쪽 모두에 여행 올 만한 장소를 선정하고 드러내면서 시민 간 교류를 유도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이 마치 여행을 하듯이 장소와 그 주변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는 미술관’ 노션(온라인 문서 관리 애플리케이션) 페이지에서는 대상지 주변의 다른 여행지와 음식점, 서점 등의 공간도 추천하고 있다.

박: ‘도시는 미술관’은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우음도,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등 총 아홉 곳을 조명한다. 역사, 자연, 건축 등 대상지의 범주가 넓은데 선별 기준은 무엇이었나?

장: 지질학자, 생태학자, 역사학자, 지역 건축가, 박물관 큐레이터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추천을 받고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를 거쳤다.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거나 지역 내 의미가 있는 장소들을 선별했는데, 중요한 것은 대상지가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였다.

박: 일반인의 방문이 불가능한 이일훈의 자비의 침묵 수도원이 대상지에 포함된 이유도 궁금하다.

장: 본래 방문이 가능한 대상지만 포함하는데 자비의 침묵 수도원만은 예외로 적용했다. 화성시에 이일훈의 작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 때문이었다. 공공의 소유일 때는 방문을 협의하기가 수월하지만 자비의 침묵 수도원 같이 민간 소유인 경우에는 소유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므로 방문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소유자와의 협의가 어려워 대상지 목록에서 완전히 제외된 경우도 있는데,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방문은 어렵지만 소개는 허락한 경우다.

박: 비교적 소극적으로 장소를 알리는 역할만을 수행하기도 하고, 파빌리온을 설치해 장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각 장소마다 다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장: 발견만 해도 충분한 장소가 있고, 예술가들이 참여했을 때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우음도가 후자의 경우였다. 우음도는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소개할 콘텐츠가 부족했다. 그래서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3 min read
서울의 땅과 물, 이야기를 잃지 않으려면: 백운동천 물길공원 계획안 Preserving the Land, Water, and Stories of Seoul: The Baegundongcheon WaterWay Park Masterplan
서울 한복판, 경복궁을 뒤로하고 조금만 길을 오르면 창의문 기슭에서 흘러내려오는 백운동천과 대한제국 시절의 독립운동가 집터가 있다. 비록 물길은 도로 밑에 묻혔고 집은 그 터만 남아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곳 생태와 역사를 복원하는 일이 서울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2월, 「SPACE(공간)」 편집부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허서구(허서구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운동천 일대는 현
Space3 min read
호숫가의 집 A House by a Lake
은퇴와 함께 시골로 이사 가는 부부를 위한 집이다. 우리는 이 집이 새로운 삶으로의 정착을 도와주는 길잡이, 같이 지내면 기분 좋은 친구 같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큰 땅을 사게 되었으나, 부부는 힘닿는 데까지만 밭을 가꿀 것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이 삶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내 공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 사이에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중간적인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흙 묻은 신발을 벗어두거나, 햇볕에 무언가
Space12 min read
대답, 대화, 화답 Answer, Conversation, Response
“건축에서 일관성은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자연 재료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페인트로 색을 만드는 것보다 고결한 일인가. 완전함은 좋은가. 불완전함은 좋은가.치우침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균형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건축사사무소 김남, 2021 젊은건축가상 지원 에세이 중에서) ‘Is consistency a value to be pursued in architecture?Are the colours of natural mater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