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매치, 중첩과 확장
2022년 11월 17일 개막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전 〈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컷!》〉이 2023년 4월 2일까지 진행 중이다. 올해로 9회차를 맞는 이번 전시는 ‘타이틀 매치’라는 이름 아래 국내 신구 작가를 초청했던 기존의 2인전 형식에서 벗어나, 최초로 해외 작가를 초청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영상설치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임흥순(1969~)과 오메르 파스트(1972~)는 커미션 신작을 포함해 초기작, 대표작 등 총 13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인과 집단, 사회의 기억을 기록하고 편집하여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두 사람의 작업은 미술관이라는 특정 시공간 안에서 현실과 가상,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차이와 변주 속에 두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의 모습과 이면의 메시지를 따라가보자.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방식
서울에서 태어난 임흥순은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불안정성의 본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2014)으로 2015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북한이탈주민 여성 열 명의 이야기를 담은 ‘려행’(2019)으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관객상을 수상했다. 예루살렘 태생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오메르 파스트는 텍스트-이미지 단위를 분절하고 재결합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직조한 영상 ‘캐스팅’(2007)으로 2008년 휘트니비엔날레 벅스바움 어워드를, 2009년에는 독일 내셔널갤러리에서 수여하는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 활동의 정점에 있는 이들의 작업을 ‘타이틀 매치’라는 형식 아래 묶는다. 일반적으로 타이틀 매치는 대결과 승패 구도를 전제하지만, 이 전시가 그리는 기획은 경쟁의 구도를 넘어선 중첩과 확장을 모색한다. 이에 대해 전시를 기획한 송가현(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은 “다양한 주제를 서로 다른 언어와 문법으로 풀어내는 두 작가의 화면은 때로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선택한 개별 주제는 구체성과 지역성에도 불구하고 종종 세계와 존재를 구성하는 구조적 힘을 드러낸다는 유사성을 보인다. 이들은 전쟁과 테러, 역사와 국가, 초월적 존재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불가항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사유한다”고 설명한다.
컷, 영상의 내러티브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오메르 파스트의 신작 ‘차고 세일’(2022)이다.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정지 화면이 ‘줌 인’, ‘줌 아웃’을 반복하며 전환되는 3채널 영상은 ‘이미지 속 이미지’를 추적하며 여러 이야기를 엮는 액자 구성을 취한다. 영상에는 조부모와 부모에게 물려받았으나 차고에 방치해두었던 물건을 판매하는 차고 세일을 배경으로 세 가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흑인 여성이 과거 인종차별의 상징이던 ‘잔디정원용 장식’▼1을 백인 부부에게 구매하는 과정, 원치 않지만 물려받은 유산에 연루된 가족사와 사회적 정치적 맥락, 그리고 전체 이야기를 끌고가는 화자의 목소리다. 폭력, 사회문제,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맥락으로 가지를 치며 확장하는 서사의 결말에서, 작가는 화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실은 이 모든 것이 허구”라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탐험의 여정은 진위 여부를 떠나 관객들의 시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