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외부를 담아낸 사옥 OFFICE BUILDING BRINGING THE OUTSIDE IN

사무실의 생활 말고도 다른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흙과 나무, 불어오는 바람, 들이치는 비, 늘어진 오후 햇빛과 그림자, 어렴풋하게 들어오는 아침 햇살, 가구같이 매끈한 목재, 동그란 철 난간, 철 계단의 울림소리, 구름과 석양. 주거지역이지만 북쪽 도로에 면한 대지로 일조 사선제한을 피해 충분히 높고 반듯한 매스를 계획할 수 있었다. 수직의 사각 매스 속에는 최대한의 용적을 채우고도 비워진 공간들이 넉넉히 남았다. 1, 2층에 걸쳐 벽돌로 마감된 높은 진입구와 3, 4, 5층에 동서를 관통해 적삼목으로 마감된 외부 공용 공간, 5층 대표실과 마주한 옥상정원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머지가 출판사의 업무 공간이다.

벽돌 진입구

두툼한 벽돌 벽에 높고 좁게 뚫린 대문 없는 진입구에 들어서면 건물 전체의 계단이 시작된다. 안쪽 깊은 곳에는 엘리베이터 승강장이 있고 1, 2층 실내 공간을 둘러싼 두 개 층의 유리 커튼월이 세워져 있다. 바깥 대지에서부터 시작된 바닥 벽돌 마감재는 안쪽 깊은 곳까지 깔려 있으며, 벽체의 내부 면에도 외장용 벽돌이 그대로 사용됐다. 이곳은 바깥 거리의 기온에 그대로 노출된 외부 공간이면서 벽돌 벽에 난 틈과 개구부를 통해 어렴풋하게 빛이 굴절돼 들어오는, 어둠이 머무는 공간이다. 건물의 현관 로비로 칭하기엔 도시의 거리 느낌이 여전한 영역이다.

공중 관통

2층에서 3층으로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3 min read
서울의 땅과 물, 이야기를 잃지 않으려면: 백운동천 물길공원 계획안 Preserving the Land, Water, and Stories of Seoul: The Baegundongcheon WaterWay Park Masterplan
서울 한복판, 경복궁을 뒤로하고 조금만 길을 오르면 창의문 기슭에서 흘러내려오는 백운동천과 대한제국 시절의 독립운동가 집터가 있다. 비록 물길은 도로 밑에 묻혔고 집은 그 터만 남아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곳 생태와 역사를 복원하는 일이 서울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2월, 「SPACE(공간)」 편집부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허서구(허서구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운동천 일대는 현
Space3 min read
호숫가의 집 A House by a Lake
은퇴와 함께 시골로 이사 가는 부부를 위한 집이다. 우리는 이 집이 새로운 삶으로의 정착을 도와주는 길잡이, 같이 지내면 기분 좋은 친구 같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큰 땅을 사게 되었으나, 부부는 힘닿는 데까지만 밭을 가꿀 것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이 삶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내 공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 사이에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중간적인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흙 묻은 신발을 벗어두거나, 햇볕에 무언가
Space12 min read
대답, 대화, 화답 Answer, Conversation, Response
“건축에서 일관성은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자연 재료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페인트로 색을 만드는 것보다 고결한 일인가. 완전함은 좋은가. 불완전함은 좋은가.치우침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균형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건축사사무소 김남, 2021 젊은건축가상 지원 에세이 중에서) ‘Is consistency a value to be pursued in architecture?Are the colours of natural mater

Related Books & Audio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