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라는 불안 ANXIETY KNOWN AS TRANSITION
리-비지트 「SPACE」 22
「SPACE(공간)」는 56년 동안 한국 건축의 현장을 기록한 대표적인 매체다. 켜켜이 쌓인 기사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건축사가 김현섭, 비평가 박정현, 건축가 서재원, 건축사와 미술사를 아우르는 조현정, 미술사가 신정훈 다섯 사람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이 발굴해낸 이야기가 오늘의 건축 담론을 위한 생산적인 탐험이 되길 기대한다.
박정현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를 비롯해,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이하 공저), 『아키토피아의 실험』, 『중산층 시대의 디자인 문화』 등을 썼다.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 『건축의 고전적 언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201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비롯해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등의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도서출판 마티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건축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20세기 한국을 관통하는 정조(情調)다. 매 순간 사태가 급변한다는 불안, 딛고 서 있는 땅이 그리 안정적인 토대가 되지 못한다는 염려, 자신이 선 자리의 좌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강박은 현대 한국인이 피하기 힘든 심리 상태였다. 조선에서 대한제국 ‐ 일제강점기로 이어진 20세기 초, 만주사변, 태평양전쟁이 이어진 1930~1940년대, 신탁통치와 한국전쟁으로 얼룩진 1940~195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4.19혁명, 5.16군사정변, 유신, 광주민주화운동, 서울올림픽, IMF구제금융도 세상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전의 질서를 바닥에서 뒤집는 일이 무수히 벌어졌기에 모든 세대는 자신이 불운한 낀 세대라고 느낀다. 정치경제적 급변에 맞물린 교육 및 입시 제도의 변화는 이 감각을 더 부추겼다. 건축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실에서 길어 올린 것이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신기루였던 현대성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길을 잃었다는 불안은 커졌다. ‘전환기’라는 키워드는 지난 세기 「SPACE(공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창간하고 석 달 뒤인 1967년 2월 정인국의 책 『근대건축론』의 서평에서 처음 등장한 전환기는 이후 때때로 출몰하며 한국 건축계에 좌표 재설정을 요청했다. 「SPACE」는 32호(1969년 7월호)에서 ‘전환기의 현대건축’이라는 느슨한 연재를 시작한다. 저자를 특정하지 않은 연재 전체의 서문에 해당하는 짧은 글은, 오늘의 상황을 ‘전환’으로 규정한다. “… 오늘날 건축의 전개를 오늘의 상황 전체와 관련되어 있는 하나의 근본문제로 향하는 노정이라는 견해에서 보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건축의 움직임을 하나의 통일적 운동으로서, 즉 어떤 전환의 발달로서 보는 것이다.”▼1 이어 전환의 예로 루이스 칸과 제임스 스털링을 소개한다.
RE-VISIT SPACE 22
has documented the Korean architectural scene over the past 56 years. To shine a new light on its’s impressive legacy. We hope that the material shared at this meeting will present a productive new genealogy and direction to today’s architectural deb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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