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역할을 실험하는: 핑탄북하우스 EXPERIMENTING ON THE ROLE OF ARCHITECT: PINGTAN BOOK HOUSE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에 속한 연구집단 컨디션_랩은 고유한 가치와 생활을 잃어가는 농촌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보존과 회복의 방안을 연구한다. 이들이 중국의 소수민족 동족과 함께 몇 해에 걸쳐 개발한 건축 프로토타입 ‘북하우스’는 마을의 정체성과 활력을 되찾기 위한 실험이자 실천으로, 가오부북하우스(2018), 핑탄북하우스(2021)로 실현됐다. 실험이 실천이 되기까지, 느리지만 끈기 있게 건축과 환경과 사람을 연결하는 컨디션_랩의 이야기를 세 명의 공동대표에게 들어본다.
윤예림(윤): 컨디션_랩은 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농촌 활력을 위한 건축 프로토타입을 연구하는 비영리 기업이면서 교육기관인 홍콩중문대학교 건축대학에 소속돼 있다. 팀의 기원이 궁금해진다.
피터 윈스톤 페레토(페레토): 현직 건축가이자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길을 함께 걸어오며 느낀 점은 건축의 연구와 실무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컨디션_랩은 건축가도 연구를 할 수 있고 학자들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이를 실현할 건축의 새로운 실천 방식을 고안하면서, 홍콩중문대학교에서 건축을 가르치던 2017년 무렵 컨디션_랩을 설립했다. 대학 연구실의 박사 연구생이었던 람과 리우는 나의 제안으로 이 사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2020년에 공식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되면서 컨디션_랩은 교육기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이 됐다.
윤: ‘랩’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팀의 정체성은 연구와 실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실험은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되기도 한다. 연구에서 실무로 이어지는 컨디션_랩의 활동 과정이 궁금하다.
페레토: 건축은 우리가 끊임없이 지식을 생산하는 도구가 되며 건축의 실무 현장은 연구 방식의 근간이 되어준다. 건축 교육과 설계, 연구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것이 우리 활동의 요지이다. 먼저 학부생과 석사생들은 설계 스튜디오와 워크숍을 통해 지역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홍콩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성된 연구팀이 여러 설계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다. 현장에서는 현지 프로젝트를 위한 잠재적 후원자를 모색하는 한편 지역 목공들과 소통하며 제작과 시공을 진행한다.
밀리 람(람): 우리는 건축가이면서 건축주이고, 후원자이면서 후원을 받기도 하는 매우 유동적이고 혼합된 시스템으로 일한다.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목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윤: 컨디션_랩은 농촌 마을의 고질적 문제인 공동화현상을 해결하면서 마을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실마리로 가오부북하우스(2018), 머드라이브러리(2020, 미완공), 핑탄북하우스(2021) 등 도서관을 주제로 한 연구안을 여러 번 내놓았다. 도서관의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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