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건축을 향하여’
건축의 기원
미(美), 용(用), 강(强), 삼원칙으로 정리한 『건축십서』의 저자 비트루비우스 이래 건축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있어왔다. 그러나 시대와 인물에 따라 달라질 뿐, 건축의 정의는 결코 고정되지 않았다. 계몽주의의 도래와 함께 합리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비트루비우스의 삼원칙을 수정해 건축을 정의하고자 했던 이론적 계보에 전혀 다른 접근이 출현한다. 바로 건축의 기원에 관한 논쟁이다. 논쟁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두 가지 오두막이 있다. 하나는 예수회 수도사 마크 앙투안 로지에가 1753년 그의 『건축론』에서 제시한 ‘원초적 오두막’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의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가 1860년 그의 『양식론』에서 언급한 ‘카리브 오두막’이다. 한 세기의 시차를 두고 발표된 두 가지 오두막은 건축의 기원을 각각 합리적 구축과 상징적 표현에 둔다는 주장을 증명한다. 주두, 피복 등 복잡하게 전개된 논쟁의 전말과 그 영향을 추적하는 대신에, 여기서 지적할 사항은 역사적으로 건축적 난제로 여겨져온 두 가지 인식론적 이항대립의 관계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유추된 구축의 원리가 중요했던 전자로부터 구조와 형태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거주를 위한 공간적 구분이 중요했던 후자로부터 내부와 외부의 관계다. 건축의 기원에 관한 논쟁에서 근대건축의 성립을 가져왔던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골조’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간의 수평적 확장을 목표로 1914년에 연구되기 시작한 돔-이노 골조는 돔-이노 주택이라는 독립된 개별 건물의 가능성과 함께 20세기 급격한 근대주의적 도시화에 따른 이들의 집합의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구조 체계다. 부분인 건축이 전체인 도시와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이 돔-이노 골조가 의미하는 바인데, 이로써 구조와 형태의 관계와 내부와 외부의 관계에 이어 또 다른 인식론적 이항대립의 관계인 개별과 집합의 관계가 건축적 난제로 등록된다.
한 개의 상자
경사지붕, 특히 검은 빛깔의 기와로 이뤄진 우진각, 팔짝, 맞배 등의 지붕은 과거 목재 가구조 건물 높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조형적으로 가장 비중 있는 건축 요소다. 수평선을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