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의 건축적 주제를 정해두고 몇 십 년씩 정진할 생각이 없다. 평생에 걸쳐 올곧은 작품 세계를 이어간 건축가도 있으나,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변신을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만든 이들도 있지 않던가. 우리는 후자가 되고 싶다. 그것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번에 「SPACE(공간)」를 통해 소개할 작업들은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설계되어 2023년까지 지어진 것들이다. 당연하게도 이 작업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추출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건물들을 설계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했던 키워드를 추려볼 수는 있었는데 바로 ‘시간, 영역, 기술’이었다.
시간
주로 개인 건축주의 건물을 많이 설계했던 우리가 건축에 대한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 했던 일은 이런 날과 저런 날, 아침과 저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다. 건물이 완성된 후 의뢰인으로부터 “요즘은 아침마다 거실 앞 테라스에 앉아 남편과 커피를 마시곤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뿌듯한 일이었다. 시간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건축주의 일상보다 더 깊은 것으로 확장되었는데, 이는 건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때문만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외벽의 오염을 목격하고 속상한 적도 있었고, 세입자가 바뀌면서 나타난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전해 듣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우리는 당장 건물 내부에서 일어날 행동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로 낡을 외장재에 대해 생각하거나 완공 후 수년이 지나 가족의 양상이 바뀌는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게 되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다가구·다세대 주택 프로젝트 세 건을 동시에 설계했다. 수익성에 민감한 이 프로젝트들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지역에 따라 대상으로 생각되는 주요 사용자가 다르기도 했고, 한 프로젝트의 정답이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오답일 수 있음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되면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마스크 대란, 자가격리, 비대면 수업 따위를 목격하며 현재의 상황은 현재일 뿐, 미래의 주거에 대해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