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창의적 보존 CREATIVE PRESERVATION

신용보증기금 춘천지점은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서 설계한 건축물로 1981년 12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신용보증기금 건물로 사용되어왔다. 지금은 KT&G상상마당 춘천으로 바뀐 강원어린이회관(1979), 강원향토공예관(1983)과 함께 빨간 벽돌의 외관, 실내외 다양한 레벨을 통해 진입하는 동선 등 김수근 건물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건물이 입지한 조양동은 시청과 관공서들이 모여 있는 춘천 시내 중심지로, 4층 규모의 춘천지점이 지어질 당시에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40년이 지나며 건물 노후에 따른 누수, 단열 문제와 엘리베이터 부재로 인한 불편, 주차장 부족 등 여러 불편 사항들이 발생했다. 이에 발주처는 2020년경 건물을 매각하고 새로운 건물을 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던 중, 사업 검토 과정에서 춘천시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의 건축적 가치를 고려해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는 리모델링을 제안하면서 사업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설계공모 당시 리모델링의 최우선 과제는 건물의 사용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기존 건물은 지상 네 개 층 중 2~3층만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고 1층은 임대를 주었지만 몇 년째 공실 상태였다고 한다. 누수와 단열 문제가 발생한 4층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보니 40년 전의 마감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등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외장재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아울러 초기 김수근의 건축 의도를 해치지 않으며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자의 건축적 의도를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 공간을 개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옛 건물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재의 시간을 덧씌우기 위해, 오래된 적벽돌 건물에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덧붙여 가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2 min read
대답, 대화, 화답 Answer, Conversation, Response
“건축에서 일관성은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자연 재료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페인트로 색을 만드는 것보다 고결한 일인가. 완전함은 좋은가. 불완전함은 좋은가.치우침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균형은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건축사사무소 김남, 2021 젊은건축가상 지원 에세이 중에서) ‘Is consistency a value to be pursued in architecture?Are the colours of natural mater
Space31 min read
News
윤예림 기자 불교에서 여성은, 여성에게 불교는 어떤 존재였을까?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 관점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개최한다. 세계적으로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전시는 이번이 최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미술품 92건을 한자리에 모아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살피는 이번 전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불교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의 면면을 수
Space3 min read
이 도시의 유치원 The Kindergarten of the City
린 시절 나는 겁쟁이 뚱보였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너무 싫었고, 조금만 더운 날에도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그런 주제에 옆에서 차가 쌩쌩 달리면 몸이 날아갈까 무서워했다. 유치원의 설계공모에 응모하던 시점, 사이트에 가서 떠올린 그때의 기억은 디자인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낮은 유치원을 만들기로 했다. 천장에 각종 설비가 포함된 현대의 공공건축에서는 한 층도 높다. 나 같은 아이들도 문제지만, 어린아이 스무 명을 이끌고 계단을

Related Books & Audio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