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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와 건축이 만나면: 분해농장_계단 WHEN WORMS MEET ARCHITECTURE: DECOMPOSITION FARM_STAIRWAY

이용주건축스튜디오 한가람(한): 분해농장_계단(2022)은 환경을 위한 건축 실험에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더한 파빌리온이다. 스터디 단계에 있던 재작년, 한 인터뷰에서 “최신의 것은 디지털 건축이 아닌 생물”이라며 관심사가 확장됐음을 알렸다.

이용주(이): 학교에 재직하면서부터 자연과학, 공과대학의 활동을 눈여겨본 덕에 첨단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고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그들에게 첨단은 기계나 IT, AI에만 국한되지 않더라. 재료, 생명, 생물공학 등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구에 활용된다. 여기서 진보한 미래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게 현 상태를 붙잡아 두거나 아예 과거로 되돌리는 일도 해당된다. 간과했던 사실을 깨우치고 나니 건축에서도 생물은 디지털만큼이나 앞장선 주제였다.

한: 건축과 결합한 생물이라 하면 식물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밀웜(갈색거저리 유충)을 택했다.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을 봤나?

이: ‘스티로폼을 소화하는 동물’이라는 간략한 문구에서 시작됐다. 혹시 건축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관련 기사나 논문을 찾아봤다. 밀웜이 스티로폼 택배 상자를 갉아 먹었다는 일반인 후기부터 밀웜 장내 박테리아가 스티로폼을 분해한다는 각 나라의 연구까지. 자료에 따르면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의 배설물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흙 대신 써도 될 만큼 안전하다. 이러한 습성을 활용해 건축계가 무감했던 철거와 폐기 단계에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한: 밀웜의 소화 능력에 대해 스티로폼, 우드록, 비닐별로 대조실험을 했다.

이: 우선 밀웜이 스티로폼을 소화하는지 직접 검증하고자 했다. 주 먹이와 스티로폼을 먹은 배설물을 견주었을 때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밀웜이 스티로폼을 분해한다는 명료한 증거다. 길이 50mm 이상 되는 슈퍼웜(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으로도 실험했는데 배설물 크기가 커서 그런지 냄새가 났다. 이외에도 관리, 비용 측면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의 작업에 10~20mm 크기의 밀웜이 슈퍼웜보다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다음 단계는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이 투영됐다. 어떤 재료를 써야 시각 효과가 두드러질지 궁금했는데 스티로폼, 우드록, 비닐 중에서 섭취 전후 차이가 큰 소재는 스티로폼이었다. 우드록은 화학적으로 스티로폼과 발포 폴리스티렌이라는 같은 물질로 구성되지만, 높은 밀도로 인해 밀웜이 구멍을 파고들더라. 비닐(폴리에틸렌)의 경우 밀웜이 섭취하기는 하나 속도가 느렸다. 논문에 따르면 비닐을 먹은 배설물에는 독성 물질이 있다고 한다. 종합해봤을 때 스티로폼이 디자인 재료로 적절했다.

한: ‘애벌레 건축’(2020)은 밀웜을 이용한 첫 작품이었다. 밀웜 열 마리에게 50×50×1mm 스티로폼 판을 3~4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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