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축산업을 겸해온 울산 두서면에서는 곡물 저장 창고나 축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축사의 비중이 높은데, 축사는 위생을 고려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긴 장방형의 덩어리로 계획된다. 또한 값싼 재료로 신속하게 짓기 위해 같은 모듈이 반복되는 산업시설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축사의 철골 기둥과 보, 경사지붕의 구성을 보면 유럽에서 계몽주의가 한창이던 시대의 원시 오두막을 떠올리게 한다. 원시 오두막을 건축 기원의 표상이라 주장한 마크 앙투안 로지에는 장식적인 바로크 양식에 대항해 자연주의에 기반한 절제되고 합리적인 건축을 제안했다. 무수한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그에 최적화된 포토제닉한 건물들이 유행하는 요즘의 한국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두서면, 농업과 축산업 등 1차 산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차리카페 역시 검소하고 합리적으로 계획하고자 했다.
대지는 원래 계단 형태의 경작지였다. 우리는 이 계단밭을 산자락으로 다시 되돌렸다. 지형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의미 이외에 부지의 위와 아래가 단차나 난간의 방해 없이 흐르듯 연결되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용자들이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통해 방문자들은 정원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도로 건너편의 들판과 농가, 그리고 배후의 산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불가피하게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첫째, 건물이 경사면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목옹벽을 이용해 건물터를 평지로 조성할 수도 있지만, 건물과 정원이 한눈에 드러나는 공간의 특성과 긴 건물의 형태를 고려해 토목옹벽의 사용을 지양했다. 대신 순응하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담양의 명옥헌 같은 훌륭한 사례를 발견했다. 이를 참조해 각형강관을 이용한 라멘조의 틀을 만들어 바닥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두 번째 난관은 사면식재였다. 경사면은 토양의 보습성이 좋지 않아 식물이 활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뭄의 피해도 즉각적이다. 불행하게도 계획설계와 중간설계 단계까지 그 어려움을 가볍게 생각해 적절한 관개시설의 확충에 힘을 쏟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