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림(윤): 만화경은 베트남 중부지역인 꽝빈성에 있다. 건물 주변에 바다와 언덕, 공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곳 지역의 특징과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하다.
니시지마 코스케(니시지마): 꽝빈성은 베트남해와 안남산맥 사이에 끼어 있어 기후가 혹독한 지방이다. 여름에는 산맥에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겨울에는 바다에서 차갑고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에는 건축이랄 것이 거의 없다. 프로젝트는 꽝빈성에서 티타늄 원자재를 채굴하고 수출하는 공장의 행정 업무용 건물이다. 사업이 확장되며 새 공장을 짓게 되자 공장주는 편한 근무 및 주거 환경을 제공하면서 공장의 상징이 될 만한 건물의 설계를 요청했다. 공장의 전체 대지는 약 4.8ha인데, 그중 절반은 녹지로 지정되어 있었다. 프로젝트는 이 큰 녹지 벨트의 모서리에 위치한다. 건물 발코니에 서면 푸른 바다와 열대나무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윤: ‘만화경’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자 함인가.
니시지마: 열대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들은 험한 기후에 대한 대응으로 자연과의 연결을 포기한다. 꽝빈성의 가옥 대부분도 기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리가 아닌 목재 창문 패널을 이용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즐기기보다 차라리 어두움에 거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한편 도심에서는 많은 오피스 건물이 서구의 방식에 의문을 품지 않고 입면 전체에 유리를 사용했다가 결국 일년 내내 블라인드를 내리고 생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에는 이러한 건물들의 대안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겼다. 만화경은 주변 풍경과 환경을 바라보는 관측창이다. 각 면에서 바라본 풍경은 지구의 자전에서 동력을 공급받아 때와 날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윤: 무엇보다 지붕의 존재감이 크다. 베트남 모자 ‘농라(non la)’를 형상화한 것으로, 환기와 단열 등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