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된 건축 ARCHITECTURE THAT BECOMES A BACKGROUND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답사를 떠날 때 비가 내렸다. 내심 걱정이 앞섰다. 받아본 자료에서 느낀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날씨에서 이 건축물을 온전히 느껴 보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빛과 반응하는 배경으로서의 건축을 건축가 조경빈이 다루는 방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광주 외곽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과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논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건축물보다는 낮은 담장과 낮은 높이에 형성된 지붕이었다. 건축물 주변을 계속 둘러보다 보니 이번에는 건축물이 아니라 넓은 시야의 논과 주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간 마당에 서서 계속 바라보니 건축가는 이곳의 풍경 속에서 건축을 지우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점점 눈에 들어온 것은 배경이 된 건축이었다.
배경이 된 마당
이곳에는 오랫동안 마을 경로당으로 사용되었던 건축물이 있었고 도로 쪽 인접 대지에는 시골 마을의 오래된 작은 공장이 있다. 다른 인접 대지에는 오래된 주택이 있고 농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논들이 펼쳐져 있다. 건축가는 우리네 시골 마을에서 작동하게 될 건축 공간에서 외부 공간인 마당이 가지는 의미와 쓰임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시골 마을을 거닐다 보면 정겨운 담장을 마주하게 된다. 담장은 하나의 경계를 만들기도, 때로는 경계를 허물기도 하는 건축적 장치다. 건축가는 담장으로 느슨한 경계를 만들어 주변의 환경과 반응하는 마당을 만들었다. 그가 설계 단계에서 담장으로 영역 계획을 가장 먼저 한 이유이기도 하다. 담장이라고 해야 할지 벽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높이(거푸집 두 장 높이)를 가지는 담장은 본관동과 별관동의 관계에 의하여 세 개의 서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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