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보기, 연결하기 WALKING, SEEING, CONNECTING
도시의 품으로 들어온 공동묘지
망우리 공동묘지’가 ‘망우역사문화공원’보다 입에 더 잘 붙는다. 어릴 적 이곳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가보았다고 얘기한 적 없는 부정적 인식의 장소였다. 나와도 평생 무관한 장소였는데 얼마 전 망우역사문화공원 내 위치한 중랑망우공간의 크리틱 요청을 받게 됐다. 무관하던 망우리 공동묘지와의 첫 인연이 생겼고, 조경가로서 건축 작품을 크리틱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조경가가 써야 할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명칭인 망우리 공동묘지, 현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어둑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울창한 숲, 유명 인사들의 묘, 근사한 전망이 가득한 공원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시절 주거지와 거리를 두고 입지했던 이 공동묘지는 서울이 팽창하면서 공원화되어 도시의 품으로 들어왔다. 도시와 묘지의 어색한 동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졌고, 봉분 사이로 산책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고, 2016년 망우리 인문학길이 조성되는 등 기피 시설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그 방점으로 2022년 4월 중랑망우공간이 개관했다. 산지 능선에 입지한 중랑망우공간은 건축가 정재헌이 설계한 연면적 1,247.25m2, 2층 규모의 건축물이다. 모노건축사사무소의 설계 특징인 간결하고 비례 잡힌 조형미와 섬세한 디테일은 이 공간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음을 도면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건축가와 함께할 답사를 준비하며 몇 가지 주안점을 선정했다. 첫 번째는 이 긴 건축물이 어떤 방식으로 지형에 안착했냐는 것이다. 한 방향 경사에 건물이 입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 건물은 능선에 입지한다. 분명 사이팅(siting)에 대한 풀이가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도 능선 지형과 관련한 사항이다. 산지 능선에서 이 건축물의 주된 입면을 어떻게 설정했을지 궁금했다. 주변 콘텍스트에서 바라보았을 때 건축물이 생산하는 이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세 번째는 이 건물을 통해 사방에 가득한 경관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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